조성진 피아니스트 연주회 후기 Seong-Jin Cho Recital @Walt Disney Concert Hall
- 아티스트
- 조성진
- 앨범
- Ravel: Sonatine, M. 40: I. Modéré
- 발매일
- 2024.12.13
2/11/2025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를 다녀왔다!!
이 연주회를 가게 된 계기는 바로 남편의 서프라이즈!
무려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예매를 해두어서 본의 아니게 좋은 태교까지~~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모두가 그렇듯
나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나라를 따지지 않지만 그래도 주 문화가 클래식이 아닌 동양인이 해석하고 연주한 것이
쇼팽 콩쿨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우승을 했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나게 큰 흥미였다.
그래서 유튜브로 종종 듣게 되었고 사실 유튜브로 들었을 때는 저 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들리기에 우승을 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많이 들었다.
물론 유튜브로 듣는 그의 피아노 연주도 훌륭했지만, 뭔가 그저 그런 클래식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놓는 느낌이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러 가기 전에 그의 어떤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피아노 연주회를 듣기 위해 공부해야할 것이 있나,
매너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았는데 .. 생각보다 잘 모르겠어서 그냥 갔다.
그리고 한 리뷰에서는 그가 페달을 정말 잘 밟는다고 하여서 그걸 집중해서 들어보자고 남편과 얘기했다.
그리고 연주회 당일!!
마침 남편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일을 하러 갔어야 했고,
퇴근 후 나를 픽업하고 연주회장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나와 함께 가서
나는 근처 몰에서 미친듯이 구경을 했다. ㅋㅋㅋ
그리고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추어서 픽업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콘서트홀을 갔다.
처음으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가보았다.
클래식 연주회가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예쁘고 포말하게 옷을 입고 왔다.
우리는 뭔가 제대로된 이런 연주회를 처음 와봐서 엄청~ 포멀 하게는 안 입었는데 (dress attire가 비즈니스 캐주얼이었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좀 더 각 잡고 이쁘게 입고 와도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폼나게 옷 입을 날이 있겠어!
화장실은 나는 잘 몰라서 입장하기 전에 카페 옆에 있던 화장실을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했는데,
좌석이 있는 층마다 화장실이 있었어서 굳이~ 입장 전에 가지 않아도 됐었다.
아 그리고 입장 전에 카페에서 음료를 살 수 있었다. 술과 물 종류를 팔았었음.
우리의 자리는 남편이 리서치를 하면서 아주 잘 보이는 자리라고 하면서 고른 자리였다!!
정말 잘 보였다.
조성진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여서 그의 집중하는 모습을 아주 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 자리의 문제는.. 바로...

자리가 너무 높았다.. 그리고 이 앞에 난간? 이 너무 낮아서
우리 앞에 옆자리에 앉을 사람이 지나가는데 그 사람이 넘어질 뻔했다...!!!!
그때 남편이 딱 잡아주어 괜찮았지만 나 같은 고소공포증이 있고 그 장면을 보게 된 순간..
난간에 무릎보다도 아래에 있어 정말 너무너무 무서웠다.
난간과 앉아있는 사람의 무릎의 간격은 정말 정말 좁았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 음악 들었을 때에는
난간과 높이 때문에 무서워서 집중을 못했다.;;; 너무 속상...ㅠㅠ 근데 정말 무서웠다.
그렇지만 조성진이 나오고~
음악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 불안함이 덜해졌다.
아쉽게도 연주곡 리스트는 내가 미리 찾아볼 수가 없었어서 (티켓 이슈...)
이렇게 받아보고서야 알았다.

아쉽게도 라벨이라는 작곡가를 잘 몰라서 음악을 100% 즐기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하여서 그의 음악 플레이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첫 번째 인터미션은 20분 정도 주어졌고 위의 이유로 두 번째 연주부터 조금 집중할 수 있었는데,
듣는 내내 이걸 어떻게 후기를 적어야 할까 궁금했다.
이전에 본 글처럼 페달을 정말 예술로 쓰는 사람이다.
일단 피아노는 검색해 보니 타현악기라며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이상했다. 이 사람의 피아노에서는 타건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연주였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냐면 정말 너무너무 뭉게뭉게 한 소리였다!!!
뭔가.. 물 표면 위에서 요정들이 노는 움직임..? 그런데 전혀 친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정말 부드러운 소리였다. 내가 아는 피아노의 소리가 아녔다..
정말 저음이 점점 사라지면서 화음을 쌓듯이 다른 음과 어우러지는데
나 같은 막귀도 이렇게 황홀한데 더 잘 아는 분들은 얼마나 멋있게 느껴질지
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의 손가락이 궁금했다.
어떻게... 저게 정말 누르면서 소리를 내는 게 맞는지,
그러면서 피아노라는 악기가 재조명되는 날이었다. 피아노 소리가 맞는지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이 소리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듣는 내내 고민하게 되면서 한 시간 반이 순삭 됐다.
소리가 연기처럼 뭔가 여운을 남기면서 사라지는데 화음 쌓듯이 그 음이 위에 쌓였다.
정말... 어메이징 했다.
두 번째 인터미션은 10분 정도 주어졌고
오래 앉아 있으려니 좀 허리가 뻐근해서 쉴 겸 나왔다가 다시 연주를 들었다.
마지막 연주곡들은 그제야 내가 아는 피아노의 타건감이 느껴지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왼손(인지 잘 모르겠지만 배경음처럼 깔아주는 소리가)은 정말 또 뭉글뭉글했다.
오른손으로 메인인 음을 치는 소리는 정확하게 들리면서
배경음이 아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정말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혼자서 독무대로 2시간 반동안 이끌어가는 그의 무대력과 연주가 대단했다.
커튼콜이라고 하여서 곡이 끝나고 안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인사를 정말 많이 했는데
그게 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관객들의 반응과 연주에 만족할수록 인사를 많이 하러 나온다고 하였다.
아 그리고 모든 곡 사이사이에 인사를 하진 않고 어떤 곡은 끝나고 인사하고
어떤 곡은 그냥 쉬었다가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곤 했다.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 그냥 눈치 보면서 쳤다 ㅎㅎ
조성진의 연주회라 그런지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 양옆 사람들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음.
멋진 사람들이 많고 그 안에 내가 있으니 그 점에 또 기분이 좋기도 하였다.
하지만 연주회가 길기도 하고, 피아노 독주인 관계로 오케스트라와 같이 구경거리(?)가
많지 않아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는 독주회보다는 오케스트라를 추천.
그리고 가만히 정말 조용히 앉아있는 것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에 어르신이 앉으셨었는데 좀 힘들어 보이셨다.
시간도 늦은 시간이라 꾸벅꾸벅 조시고.
이번에 내가 정말 원하는 연주회를 다녀오면서....
남편과 더 이런 연주회를 많이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찐 데이트 같은 데이트 한 것 같기도 하고, 재밌었다!
아이가 생겨도 아이를 반나절 맡기고 다녀오자라고 둘이 다짐했다.
남편은 물론 나만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문화생활을 한 것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따라와서 함께 즐겨주는 모습에 감동적이기도 하였다.
본인은 하나도 안 좋아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기뻐하는 모습에 참 고마웠다.
우리 뽀글이는 잘 들었으려나???
뽀글이는.... 좀 나중에 데려와야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ㅋㅋㅋ
언젠가 꼭 이 연주회를 감상하는 문화를 가르쳐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