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띠의 육아북/출산 전

임신 0주차 ~ 08주차

루띠 Ruthie 2025. 1. 26. 17:10

 약 4개월 간의 일을 지금 다시 정리하려니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처음의 나와 지금 15주차에 들어선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막연하게 언제 아이를 낳아야지 라고 결정하기에는 나와 남편은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 너무나도 어려웠고,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을 거라고 우린 생각했다.

그러다가는 아이를 못낳겠다라고 결론이 났다. 

우리는 둘다 아이를 원했지만.. 언제가 준비가 된 상태인지 몰랐다. 사실 그런 건 없는 게 맞는 거 같다.  

 

아직 집도 안정된 직장도 (나는 결혼으로 일을 관두고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상태였다.) 없는 상태여서 

오히려 일하지 않는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이를 당장 간절히 간절히 원했느냐? 

그건 아니였다. 

결혼식을 무사히 끝내고 나와 남편 둘이서 좀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딱 한 번 하나님께 우리에게 좋은 기회에 아이를 달라고 기도 하였고, 

참 신기하게도 딱 그 날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아기가 몸에서 열심히 만들어지는 동안 신나게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ㅋㅋ

 

 

0주 차~6주 차 

정말 바보같지만 나는 6주 차가 되도록 임신했는지 몰랐다. 

물론 증상은 확실했다. 속이 안좋고 생리도 하지 않았다. 

생리는 워낙 불규칙했고 가슴이 아프길래 늘 있던 PMS 증상과 같아 담주에 하려나보다 하면서 별생각 없었고,

역류성 식도염이 있던 나는 평소보다는 좀 더 심하게 속이 안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중 다리를 떨고 있는 남편 때문에 더더욱 속이 안 좋아 그만 다리를 떨라고 할 정도로 속이 안 좋았다. ㅋㅋ 지금생각해 보니 그게 입덧증상이었고 메스꺼운 거였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임신인가 싶었는데, 남편은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일주일을 기다리기엔 너무 이상했다.  

다음 날 남편 퇴근길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오라고 했고, 임신 테스트기의 결과는 너무나도 바로 Pregnant.

우리는..........................뽀글이에게 미안하지만 패닉했다.ㅋ

미국 임테기는 글자로 알려주는 것도 있구나??

 

 

갑자기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패닉 했다. 

혼인신고도 아직 하기 전이였고 나는 보험도 현재 Medi-Cal 뿐이었고..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어떻게 주수를 계산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 때는 정말 임신에 대한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너무 답답했다.

그렇게 열심히 고민한 남편은 먼저 혼인신고를 해야겠다며 우린 그 주 주말 베가스로 떠났다. 

그렇다 우리는 베가스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 ㅋㅋㅋㅋ 

베가스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건 다른 포스팅에 하고~

엘에이에서 혼인신고 하려면 웨이팅이 있다는 말에 헐레벌떡 베가스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하고

남편의 회사 보험으로 병원을 다니려고 서류 준비하는 동안

나는 어느 날 스치듯 인스타에서 본 Pregnancy Center를 기억하고 연락해 보았다.

 

 

06주 차~08주 차

Torrance에 있는 Pregnancy Center를 갔는데 가서 상담도 하고 임신 테스트도 하고, 초음파도 처음으로 찍게 되었다.(모두 무료!) 

정말 친정엄마보다 더 친정엄마같이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남자는 찬밥취급함ㅋㅋㅋ)

처음 아기를 가져서 불안한 나를 엄청 조심스럽게 대해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여기 후원해야지 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고 나서 초음파 예약하고 처음으로 보게 된 우리 뽀글이...

뽀글이: 저 여기 있어요!

 

사실 이제 와서 태연해졌지만 임신을 알게 된 후 나와 남편은 꽤나 예민했었다. 

몸이 계속 안 좋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극도로 불안한 나는 남편을 계속 쪼았고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의 고충으로 예민했었는데....

12월 5일 2024년 이 초음파 사진으로 우리 아기를 확인한 후 불안한 마음은 삭 사라지고 눈물이 계속 났다. 

왜 눈물이 났냐면.. 너무.. 너무...... 귀여워서...;;

저 작은 생명체 때문에 속이 안 좋았구나... 신기하다.. 그리고..귀엽다..... 1.79cm의 뽀글이...

 

임신을 하면서 내 몸에 나타난 변화는 나에게 꽤나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내 가슴은 그냥 남녀 구분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젖을 주려고 있는 게 맞구나?

내 배에 생명체가 있구나.. 어떻게.. 있는 거지?

뭘 해야 하는 거지 이제..?

어떻게 내 몸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체로 아기를 만들까?

내 몸이 드디어 정말 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초음파 사진을 받고 나서 가족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렸다.

좀 더 나중에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초음파를 할 때 까지도 임신 사실을 숨기는 게 너무 힘들었다ㅋㅋ 

소식을 전했을 때 동생도 눈물을 터뜨렸고 엄마도 눈물을 흘렸다.

시부모님께서도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어머님께서 벌떡 일어서서 눈물 흘리시며 안아주시는데 나 또 울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진짜 어른이 되었다.. 인가....?

정말 이젠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 임산부 됐다.. 두둥.